나는 벌레를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라서 딱히 벌레를 봐도 기겁하거나 하진않는다. 어렸을때부터 할아버지댁에서 메뚜기며 여치며 잠자리며 잡으러 다녀서 그런지 왠만해선 무섭진않다. 고등학교때 교실에 사마귀가 날아들어왔는데 다들 어쩔줄 모르고 소리만질러댈때 나는 태연히 맨손으로 사마귀를 잡아 친구들에게 존경의 눈빛을 받기도했었다. (심지어 다른반에 나타난 사마귀까지 내가 출동해서 잡아주곤했다. 제거반이야 뭐야~) 해충으로 분류된 모기,파리 등은 싫지만 무섭진않고 곱등이나 지네류는 못생긴데다가 어디로 뛸지몰라서 좀 싫을뿐 소리지를 정도는 아니다.
이런 나도 보기만해도 어쩔줄 모르겠는 벌레가 있는데 하나는 쥐며느리, 두번째는 바퀴벌레다. 쥐며느리는 내가 어렸을때 살던 일본집에 많이 나와서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생긴거같다. 그렇지않고서야 공격적이지도않은 느려빠진 작은 벌레가 이렇게 무서울리 없잖나_그리고 또 하나는 바퀴씨...
사실 한국에서는 개미랑만 살아봤을뿐 바퀴랑은 살아본적이 없었다. 개미가 있으면 바퀴가 없다는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미랑만 사이좋게 살았더랬다. 별로 볼일이 없었기때문에 어떻게 생긴지도 잘 몰랐던 바퀴를 대만에와서 이렇게 많이 보게될줄은 몰랐다. 대만에사는 바퀴의 종류만해도 50가지가 넘는다는데, 아마 자세히 알고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테니까 간단히 분류하자면 밖에사는 날개있는 큰애들과 안에사는 중간,작은 애들로 분류할수있다. 밖에사는 큰 애들은 거의 뚜벅뚜벅 걸어다닌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크고 안에사는 작은 애들은 바글바글하게 번식이 엄청 빠른 검은색 혹은 금빛애들이다.
길에서도, 회사에서도, 심지어 집에서도 !!!
우리집은 정기적으로 소독도하고 정말 깔끔하게 관리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나온다. 집에 나오는 애들은 손가락한마디정도 크기의 적갈색 애들인데, 정말 징글징글하게 징그럽게 생겼다.
하루는 세숫대야에 물 받아놓고 머리감는데 눈감았다 뜨니가 바퀴가 눈앞에 있어서 안하던 쌍욕을 혼자서 한적도 있고 심지어는 자다가 이상한게 만져서 일어나보니 침대위에 있었던적도 있다. 아오_생각만해도 다시 쌍욕하고싶네_지금은 집에선 거의 안나온다. 하수구에서 올라온다는걸 안 이후로 쓰고나면 하수구멍과 세면대까지 다 막아놓기때문에_
이글을 쓰는 이유는 얼마전 아주 무서운일을 겪었기때문이다.
우리집은 6층 건물의 3층이다. 1층은 작은 가게들이 들어와있고 2층부터 6층까진 가정집인데 엘리베이터가 없기때문에 무조건 계단을 이용해야만하는 구조이다. 가게들중에 음식점이나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은 없고 보통 저녁9시 전후로 모두 문을 닫는다.
그날은 밤11시에 D군네집에서 영화를 보기로해서 11시가 다되서 바쁘게 집을 나서는 중이였다. 계단을 빠르게 다다다다 내려가고있는데 2층 오른쪽 벽에서 무언가가 퍼드드득 날아올랐다.
화들짝 놀란 나는 잠시 굳어졌다가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정신을 차리고 벽을 훑어보니 검은 무언가_바퀴벌레였다.
밖에사는 날개있는 큰애들 중에서도 엄지손가락만한 꽤 큰편이였다. 2층의 계단과 현관문을 번갈아가며 날아다니던 바퀴씨때문에 나는 혹시모를 사고에 대비해 장우산을 손에들고 아래로 내려갈 기회를 기다렸다. 이놈은 지치지도않고 퍼드득 퍼드득 날아다니더라;; 아오 진짜_ 한 20분가량을 대치하다가 다행히 바퀴씨가 구석에서 등을 돌렸을때 빛의 속도로 계단을 내려왔다. 더블에스프레소를 마신듯 가슴이 엄청 뛰고있었다.
정말 가슴이 떨려서 그 이후로 한시간 가량을 진정시키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아오 이놈의 것들은 자주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지고싶지도 않고_
그래봤자 내가 훨씬 크고 강하고 마음만 먹으면 밟아죽일수 있다라고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데, 안된다, 싫은걸 어떡해 ㅜㅜ 예전엔 바퀴같은건 이세상에서 사라져야한다고, 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현실을 인정한다. 이놈들은 없어지지 않는다...그렇다면 제발 내눈에만 보이지말라고~!!! 안보이는데로 다니라고 ㅠㅠ
대만에서 살예정인 사람은 필수로!! 욕실 하수구멍과 세수대의 구멍도 사용하고나면 바로 막아놓길 바란다. 정기적으로 소독 꼭하고...소독은 사실 본인이 스스로해도 상관없는데, 타오팡이나 야팡같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있는 집은 가능하면 다 같이 하면 효과가 더 좋다. 그러면 우리집 바퀴가 옆방가서 살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을테니까. 물은 사용하는 일회용 훈연 소독을 추천한다. (이 브랜드를 추천하는게 아니라 이런 스타일의 소독도구를 추천함) 바퀴뿐만 아니라 개미, 나방, 진드기 등 모든 벌레에 효과가있다.
플라스틱 통에 물을 눈금까지 넣고 약품이든 금속캔을 놓으면 몇분안에 연기가 나기시작하면서 소독이된다. 소독시간은 1~2시간이고 동물은 물론 물고기, 식물도 밖으로 옮겨놔야하고 사람도 소독이 끝날때까지 들어오면 안된다. 문과 창문은 물론 다 닫아서 외부로 연기가 세어나가지 못하도록해야한다. 소독전에 모든 서랍은 연기가 들어갈수있게 열어두고 음식, 식기, 화장품류 등은 비닐에 꽁꽁 싸서 놓고 가전제품등은 수건이나 빨래감등으로 덮어놓으면 안으로 파우더가 스며서 고장날 확율이 적다.
소독이 끝난후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잘 보이지않지만 미세한 파우더가 깔리기때문에 바닥을 한번 청소해주는게 좋다.
저 기가 하나에 5~10평 소독이 가능한걸로 알고있다. 평수는 제품마다 다를테니 참고하시고, 팡동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대만제보다는 일제가 효과가 짱이라고 ㅋㅋㅋ
우리집은 다 같이 소독을 하는편인데 보통 일요일 오후2시 뭐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그시간이 안되는 사람은 그날 문을 안닫고 나간다. 그러면 다른사람들이 그방 것까지 다 물을 채우고 "자, 됐니?? 그럼 놓는다! 하나,둘,셋!!"하고 다들 금속캔을 물에 넣고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저게 엄청 독해서 조금만 마셔도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날 정도다. 절대 사람있을땐 하면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