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달쯤 전에 사장님 지인의 소개로 찻집(찻잎을 파는 가게)을 하시는 사장님을 만나게되었다. 나이가 적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빨간 입술의 세련된 옷차림의 찻집사장님은 일본어 가이드도 겸업으로 하고있다고 하셨다. 본인이 일본어는 하는데 한국어는 전혀 몰라서 불편하고 요즘은 일본 손님보다 한국손님이 더 많다며 이럴줄알았으면 한국어를 배우는건데 잘못선택했다고 너스레를 떠셨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과외를 해봤는데 한글에서 막혀서 한달만에 포기했다고. 맛있는 우롱차를 얻어마시며 시식으로 있는 펑리수랑 미지엔 등을 집어 먹고있는데 찻집 사장님이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셨고 난 먹고 마시는데 정신이 팔려서 내용을 못들어서 어버버했다. 그걸보고있던 사장님은 둘이 일본어로 이야기하라며 부추기셨다. 그래서 일본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건 뭐...빠르게 단어를 나열하는 정도? 무슨 내용인지 알아는 듣겠는데 조사같은건 전혀 안붙어있고 혹은 틀리고...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창하게 잘하는듯 보이나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 들으면 이건뭐야 싶은 정도의 수준_이 정도로도 가이드를 할수있다는게 충격적이였다.
나는 전혀 완벽하지않지만 4개국어를 하긴한다.
한국어는 모국어고, 일본어는 어렸을때 살다와서 글은 잘 못읽지만 일상대화는 가능하다. 그리고 영어는 내가 하고싶은 말을 표현할 정도는 됐었는데 중국어를 배우면서 점점 머리에서 밀려나서 좀 버벅거리고있고 중국어는 좀 부족하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언어 하나를 제대로 준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뭐 여러개를 한꺼번에 알아들어서 지금의 직장에 다니고 있긴하지만서도...솔직히 내가 잘한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다.
그런데 그 찻집 사장님을 보니 스스로 일본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시는것 같던데 그 기준으로 생각하면 난 정말 잘하는거겠다.
대부분 한국인은 영어 전혀 못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생활속에 알게모르게 한자어 만큼이나 영어가 굉장히 많다는걸 중국어를 배우고나서야 알게되었다. 컵,백,샌들,셔츠,티비,뉴스 등 영어발음을 그대로 쓰고있는 단어를 쓰면서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곤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외국어를 알고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나라사람에 비하면 주변을 많이 의식해서 그런지 수줍음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어설프게 말했다가 창피할까봐 아예 입을 닫아 버리는것이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것 같다. 말이 쉽지, 입이 안떨어진다는 것 나도 안다. 나도 그러니까_ 하지만 되든 안되든 말을 해야 늘고 틀린걸 알고 고칠수있다.
어제 내가 좋아하는 웹툰에서 본 에피소드가 적절한 예가 될것같다. 어떤 사람이 외국에서 룸서비스를 시켜서 저녁을 먹고 치워달라고 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무슨말을 해야할지몰라 말문이 막혀있었다. 옆에있던 남편이 전화기에대고 "dinner end!"라고 했더니 바로 해결되었다고_
어차피 우리는 한국인이라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잘할 수 없다. (이걸 베이스에 깔면 맘이 편하다) 가능하면 정확한 문법과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단계가 아닐때는 말이 통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회사에 종종 면접보러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우리 회사는 외국인 손님이 많은 관계로 외국어수준을 많이 물어본다. 운전기사를 하시려는 분들중엔 솔직히 공부잘하셨던 분은 많지않고 좀 거칠게 살아오신분이 더 많긴한데...
영어 수준이 어떻냐는 질문에 "그냥 괜찮아요. 그냥저냥해요"라고 하는 사람을은 손님이 우리 어디서 몇시에 만나요?라고 물어보면 "seven oclock, hotel"라고 말할수있는 정도 수준이다. 간신이 알아듣고 짧은 단어로 대답하는 수준. 저 정도도 그냥저냥한다고 말하는데!! 그럼 나도 괜찮게 한다고 말해도되는거 아니야??
암튼 그렇다.
난 한국사람들이 다른사람 의식하지말고 외국어를 그냥 내뱉었음 좋겠다 ㅎ
그럼 영어를 부질없이 6년이상(중3년+고3년)배우고도 말 한마디 못하는 일이 좀 줄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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